R-Book 5호_흘러야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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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사

6 윤현식

200년 뒤는 넘 길고 기냥 지금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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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특집 40 / 4대강 인사 44 / "조선업의 길은 멀고도 험한가 봐요" 46 / '까발리야'에 이어 '까발리노' ? 52 / 도시 물길의 문제는 도시 구조의 문제


노동당 이용길 대표

철도파업 이겨라 불편해도 괜찮아!



권두사

200년 뒤는 넘 길고 기냥 지금 맞자 윤 현 식. 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시드니 K. 마이어, 그냥 시드 마이어(Sid Meier)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 사람이 바로 ‘문명’을 만든 사람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문명 은 이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건설되고 파괴되었습니다. 무슨 얘긴지 모르는 분들도 많겠죠? 이 사람이 만든 ‘문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골방의 폐인 으로 만든 막장 게임 ‘문명(Civilization)’ 시리즈입니다. 남친을 군대에 보낸 어느 여인이, 헤어짐의 아픔을 잊기 위해 ‘문명’을 시작했고, 얼마 후 군복을 입고 나타난 남친을 보며 ‘첫 휴 가를 나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남친의 군복에는 이미 개구리마크가 달려있었다는 놀라운 보고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은 타임워프 장치였던 것입니다. 한 번 빠져들면 시공간을 초월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는 바로 그 게임. 그리 하여 사람들은 이 게임을 ‘막장인생제조게임’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게 됩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인류의 4대 문명은 모두 강을 주변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더 스문명은 인더스강, 황하문명은 황하강, 메소포타미아문명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나일문명은 나일강. 시드 마이어의 문명 은 배고픔을 잊게 하지만 4대 문명은 배고픔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발전했습니다. 그 4대 문명의 젖줄이었던 강들은 지금까지도 제 자리를 지키며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4대 강이 유명합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그 강들입니다. 4대 문명을 잉태했던 4대 강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4대 강 역시 그동안 한반도의 남반부를 적시며 뭇 생명들을 키워왔습니다. 사람이 살기 훨씬 이전부터 이 강들은 흘렀을 것입니 다. 흐르는 물길이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요? 유구한 지난날들이 오늘을 이루고 그 강이 만든 오늘 곁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강 덕에 이루어진 지금의 살림을 우리는 문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4대 강은 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규모로 보가 들어섰습 니다. 강바닥이 파헤쳐졌고, 강변으로는 콘크리트가 발려졌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자전거 도로가 들어섰습니다. 이 와중 에 주변의 농지가 훼손되고 습지가 사라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무리한 공사 와중에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강을 초토화하는데 공식적으로만 22조가 넘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유지보수와 기타 수변 사업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돈이 50조 이상이라고 추산되 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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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들의 물이 죄다 ‘녹조라떼’로 변해버렸습니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해도 남을 정도의 비용을 들여 ‘정비’ 했던 강변은 사람들이 오지도 않는 적막강산이 되어버렸습니다. 생태계의 파괴와 자원의 낭비와 후세의 안녕 을 걱정하며 반대했던 사람들을 겁박하고 억누르면서 어거지로 진행했던 4대 강 사업이 실은 완전 막장 프로젝트였다는 것이 백 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우리의 문명이 그렇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200년 앞을 내다보고 추진한 사업을 두고 벌써부터 궁시렁 거리느냐. 아아, 200년. 그렇군요. 지금은 4대 강 사업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시전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 게 막장 게임 속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눈을 들어보면 이미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고 그 때 우리는 200년 전 오늘 혜안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던 전 대통령의 업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분노한 나머지 삽과 곡괭 이를 들고 그분의 봉분 앞으로 행진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200년 후는 너무 멀리 있습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시전한다고 하더라도 200년을 격해 타임워프가 작동할지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경우, 문명의 실행되고 있는 컴퓨터 앞에서 미이라가 되고 말 것입니다. 200년 운운했던 전 대 통령이 앞으로 2년을 더 살지 20년을 더 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전에 잘못에 대해선 죄 값을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줘 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허무맹랑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죠. R-Book 5호는 유체이탈화법과 주어탈락문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전직 대통령이 얼마나 개념 대방출한 짓을 벌였는지 확인 합니다. 그동안 4대 강과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노동당 비상임 정책위원 이현정 당원이 4대 강의 막장스러운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그리고 노동당이 어떻게 4대 강에 대한 일을 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노동당이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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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글쓴이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사)대한하천학회 이사, 진보신당 2012총선 미디어팀에 참여했으며 4대강 다큐멘터리 ‘더블스피크’와 도시하천 다큐멘터리 ‘도시, 물길을 잃다’를 연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소위 ‘4대강 사업’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회자시키며 생태환경을 무시한 거대 토목사업이 어떠한 재앙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녹색성장이라는 허황된 구호 아래 자행된 가공할 환경파괴 가 앞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녹조라떼’나 교량붕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더 큰 파국의 전조일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4대강에 대한 관심과 대응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 다. 이렇게 이제 끝난 일로 4대강에 대한 문제를 정리해야 할까? 노동당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4대강 파괴사업의 여진은 앞으 로 계속될 것이고, 생태파괴를 경제발전과 동일시하는 무리한 토목사업의 유혹은 경제위기의 시기에 더욱 강력 하게 정부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하천에 대한 전문가이면서 4대강 파괴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이를 다큐멘터리로 만 들기까지 했던 이현정 당원의 6편의 기고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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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의 공산성 앞 금강이 폐허가 된 모습. (사진: 이상엽)

1. 4대강 사업, 이젠 쉰 떡밥이라고? 6년째 ‘논란’ 속에 강이 죽어간다 2013년 8월,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낙동강, 금강 등의 녹조라떼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온갖 비리들로 여기 저기서 시끄럽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비하면 언론의 보도 수위나 대중들의 반응은 날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적지근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었음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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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 또한, 사업 전부터 그 거대한 대규모 토목 사업이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필요성이 날조되었 을 뿐 아니라 우리의 국토와 강에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 다. 2007년 대선정국에서부터 시작된 대운하 논란은 2008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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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하여 하천 계획과 관련된 모든 법적 절차를 벗어 나 2008년 하반기 착공해서 2012년 준공하기까지, 그리고 논란이 이어지는 현재 2013년 여름까지 만 6년을 넘게 이어져 왔다. 그 사이 녹색진영에 남은 것은-심지어 이렇게까지 말이 안되는 사업일지라 도-한 번 삽을 뜬 사업은 멈출 수 없다는 또 하나 의 전례 그리고 망가져가는 강들을 보며 느끼는 무 력함이었을 것이다.


그럼,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난 사업 일 뿐인가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 된 새 만금의 경우를 먼저 보자. 1987년 대선정국에서 노 태우 전 대통령의 전북지역 개발 공약으로 본격화 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만금 사업 혹은 반 대 운동은 2003년 33 km의 방조제가 연결되며 끝 난 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초기 새만금 사업의 예산이 불과 8천 2백억원에서 시작하여, 2010년 발표 된 새만금 종 합실천계획의 예산이 21조가 넘는다는 사실을 아 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간척지의 본격적인 개 발 사업이 지난 7월, 이제 막 시작되어 2020년에 완 공 될 예정이라는 사실이나, 애초에 법정다툼에서 까지 농지용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던 농업용 수 수준 수질의 뚜렷한 개선방안 없이 복합용도로 전환되어 개발된다는 사실역시 마찬가지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만금 갯벌과 그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전지구적인 조 류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모니터링되거나 예측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끝난 사업, 끝 난 싸움이라고 인식되는 한 앞으로 진행될 새만금 간척지 개발사업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 로 나아갈 것이다.

22조라는 예산이 무색할 만큼 엄청난 규모의 예산 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댓가를 요구할 것임 을 보여주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또한 4대강 사업 에 대한 올바른 평가는 그 지천에서 추진중인 많은 댐건설 사업에 대한 바른 판단을 도울 수 있을 것 이다.

Stereotypy 2011년 장마철, 4대강 공사 현장에 다니며 여기 저 기서 제방과 하상,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들을 보며, 그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비가 한 번 내릴 때 마다 같은 곳을 다시 정비하고 또 정비하 는 포크레인의 모습이었다. 목이 긴 포크레인이 무너져 내린 돌을 하나씩 다시 집어 쌓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흡사 한 종류의 생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비정 상적 반복행동을 스테레오타이피(stereotypy)라고 하고, 이는 할 일이 없는 동물의 좌절감의 표시라 고 한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 다. 수없이 많은 개발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싸우 면서도 계속해서 같은 실수,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좌절해버린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년 겨울 4대강의 보들은 처음으로 겨울동안 담수를 했다. 4대강의 물리적 구조와 생태계는 현재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올 초 남한강의 하상에는 뻘이 쌓여 재첩들 이 떼죽음을 당하고, 낙동강 중상류의 느려진 유 속은 인농도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수준의 녹조가 번식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4대강 사업이 지금까지 들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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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류 강정고령보 좌안에서 관측된 녹조, 2013년 8월 7일, <사진: 서풍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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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녹조라떼 앞에서도 먹는 물 안전하다? 녹조라떼와 4대강 사업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은 4대강 보들 의 완공 직후인 작년 여름, 한 인터넷 매체가 음료 수 컵에 낙동강에서 채취한 녹조 가득한 강물을 담아 기사에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었고, 누군가 여 기에 이명박 전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돌 면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후 4대강 사업 반대진영 과 정부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례적인 녹조발생의 원인이 4대강 사업에 있는지, 아니면 이상고온현상 으로 인한 것인지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여름, 2년 동안의 녹조 현상 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녹조현상은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 졌을 때 발생하는 것이고, 그 조건에는 긴 체류시간(느린 유속), 높은 영양염류(질소, 인 등), 높은 수온, 높은 일사량 등이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완공시기에 맞춰 고도처리시설을 가동하여 4 대강의 인 농도가 낮아졌음에도 오히려 녹조 현상 이 심각해 졌다는 점, 녹조가 가장 심한 낙동강의

까지 녹조가 급격하게 증가한 점 등은 다른 요인 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녹조현상은 하천이 아닌 호소, 즉 고인 물 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외국에서 보고된 남조류로 인한 사망사고들은 대부분 저수 지나 연못에서 발생했다. 결국 하천에서, 지금의 4 대강에서, 녹조 현상이 이처럼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4대강 사업에 의해 유속이 느려져 하천이 호소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 하구와 가까운 물금 등에 서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났던 이유는 낙동강 하 구둑에 의한 정체현상 때문이었고, 지금 그 현상이 상류까지 번진 이유는 중간 중간 흐름을 정체시키 는 8개의 보를 만든 4대강 사업 때문임은 더 없이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

녹조현상이 식수원에도?

우리가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수화(water bloom)현상이다. 수화 현상은 다양한 색을 가진 조 녹조현상과 관련된 먹는물 안전성에 대해 기술 류(藻類, algae)들이 대량 번식 하여 물의 색이 녹색(녹조류), 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현재 정부가 남색(남조류), 갈색(규조류),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리고 날조된 보의 적색(홍조류) 등으로 변하는 필요성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향후의 현상을 통칭하는 말인 반면,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결국 앞으로 매년 점점 흔히 녹조현상이라고 부르는 더 심각해지는 녹조현상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 현상은 바다에서 많이 나타 로 도박을 벌이는 꼴이다. 나는 적조현상과 대비하여 민 물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대부 분의 조류 번무 현상에 일반 경우 기존에도 녹조현상이 심각했던 하류지역 뿐 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 아니라 중상류에 해당하는 대구, 구미, 상주 지역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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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떤 색깔의 조류가 번성하는가는 매우 중 요한 문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표격인 녹조류 는 대부분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고, 남 조류(blue-green algae) 중에는 극미량으로도 사 망에 이를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종이 여럿 포함되어있다. 남조류는 지구상 최초의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의 다른 이 름이기도 한데, 이름처럼 다른 조류와는 달리 세균 의 일종이며, 수명이 오래되었을수록 세포파괴에 의해 생산한 독성 물질을 물로 내보내는 경향이 강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즉 체류시간이 길수 록 독성물질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체류시간이 10배정도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 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들어 작년보다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녹조현상에 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남조류이다. 원 래 수질문제가 심각했던 낙동강 하류는 4대강 사 업 이전에 이미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했으 며, 그래서 유역권이 다른 진주 남강 물을 끌어오 네 마네 논란이 많다. 한편, 낙동강 중상류의 경우 는 수질이 양호해 대구·경북지역의 식수원으로 사 용되고 있었으나, 올 해 이례적인 수준의 남조류가 검출되어 조류 관심단계를 발령하는 상황이 되었 다.

먹는 물 안전성과 원수의 안정성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부 측의 대응은 취수 위치 를 변경하고, 정수 처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 어지고 있다. 그러나 먹는 물의 안전성(safety)은 기 본적으로 원수의 안정성(stability) 위에서만 확보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조류 농도와 원수 수질에서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시험운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다양한 정수처리 방법이나 녹조 제 거 방법들은 각각 그 나름의 단점들과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조현상과 관련된 먹는물 안전성에 대해 기술적 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현재 정부가 내놓 을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리고 날조된 보의 필요 성이나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향후의 계획 을 세우지 못한다면, 결국 앞으로 매년 점점 더 심 각해지는 녹조현상에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박 을 벌이는 꼴이다.

게다가 더욱 큰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조사 결과 가 8월 26일 발표되었다. 바로 수도권 전 시민의 먹 는 물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남한강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는 유해 남 조류가 발견되었다는 결과였다. 여주보, 이포보 등 에서도 유해 남조류가 확인되었으며, 하류인 월계 사 부근에서는 남조류 조류개체밀도가 3,469 cell/ ml로 기준치인 500 cell/ml의 7배에 근접한 수치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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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6일 금강변에서 발견된 136 cm가 넘 는 메기 사체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3. 미스테리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 4대강 사업이 수질 측면에서 녹조현상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했다면, 보다 직접적 으로 영향을 받는 수생태계와 하천변 생태계에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큰 변화를 낳고 있다. 그 변화의 범위와 정도는 생각보다 훨 씬 광범위하고 깊어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심각한 형 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는 노력이 아니라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에만 온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2012년 10월에 금강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물고기 떼죽음사태에 대해서도 국립환경과학원장 은 ‘미스테리’라는 표현을 쓰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했 다(2012년 10월 31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중).

급이 다른 집단폐사와 금강 씨메기의 죽음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강우 후에 혹은 지협적으로 나타는 물고기 집단 폐사사건과 소위 ‘급’이 다 른 사건이었다. 10월 18일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물고기 사체는 매 일 밤마다 새롭게 수만마리의 사체를 더하며 13일동안 이어졌으 며, 물고기 사체가 발견된 구간도 30 km에 이르렀다. 이 집단 폐사사건의 정점을 찍은 것은 떼죽음이 발견되기 시작한 7일째, 사람 키만한 메기 사체가 발견된 때였다. 메기 사체를 발견 한 기자와 환경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사람의 주검으로 보여 주춤 했다고 하며, “이런 크기라면 씨메기로 보인다”며 “금강 물고기가 씨가 마르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만을 부인하며 사체수거에만 급급 하던 10월 24일, 구미 낙동강변에서는 또다른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주변 주민들은 몇 십년을 살았지만 그 주변에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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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떠올라 금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물고 기 사체, 2012년 10월 27일 새벽 5시반경.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2012년 10월 26일 구미 낙동강변 <사진: 서풍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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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큰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오른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의 동시에, 멀리 떨어진 금강과 낙동강에서 유례 없는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단순히 우연일 까?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 개요 (한겨레 2012년 11월 9일자 인용)

사건을 미스테리로 남겨두고 싶은 것은 아닐까?

지는 메커니즘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하천의 흐름이 줄어듦에 따라 그 자체로 용존산소 가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로 하천의 흐름이 줄어 들면서 특히 보의 직상류에는 표층수는 월류해서 흘러가지만, 보에 의해 가로막힌 아래쪽은 흐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은 알갱이들의 퇴적이 일어나 고, 저질토층이 형성되면서 혐기성 상태가 된다. 특 히 여름, 겨울 등 일교차가 크기 않은 시기에 성층 현상이 일어날 경우 저서에는 안정적인 혐기성 상 태를 유지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봄가을 일교차 가 큰 경우 전도현상이 일어나 수직혼합이 발생하 면 바닥에 쌓여있던 퇴적물등이 상부와 혼합이 되 며 짧은 시간동안 대량의 산소 소모를 일으켜 바닥 층 뿐만 아니라 수체 전반에 걸친 산소 결핍이 발 생할 수 있다. 특히 백제보의 경우 2012년 여름 녹조현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조류제거제를 대량으로 살포한 정황 이 포착되었다. 이러한 조류제거제는 응집제의 역 할을 하여 조류와 함께 침강하는 효과를 나타내 표층수의 조류는 제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기물이 수체에서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천 바닥에 침전되어 전도현상이 발생될 경우 더욱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녹조

환경부는 집단 폐사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면서 도 4대강 사업과 집단폐사는 관계가 없다고 앞 뒤 가 맞지 않는 발표를 했다. 한 편 당시 많은 전문가 들은 하천의 호소화에 따른 산소결핍을 그 원인으 로 추정했는데, 추정의 근거로는 독극물에 의한 집 단 폐사의 경우 성체보다는 치어의 피해가 큰 반면 산소결핍의 경우는 성체들의 피해가 더 큰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폐사 사건의의 경우 금강과 낙동강 모두 성체들의 피해가 대부분을 이루었기 때문이 다. 또한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는 4대강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우려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에 따라 산소가 부족해

▲백제보 창고의 조류제거제 (2012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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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현상이라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저감하기 위해 사용한 해결책이 또 다 른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 또한,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난 시기가 정확하게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진 시기와 일치한다. 위의 그림은 금강 떼죽음 사건이 일어난 백제보와 가까운 부여 관측소의 일교차(일최고기온-일최저기온)와 일최저 기온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5일전부터 전날까지 일교차가 15℃가 넘는 날 들이 연속되었으며, 최저기온이 4 ℃이하로 떨어져 표층수의 밀도가 높아 져 전도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낙동강 구미 기상대의 관측자료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기온이 급강하하는 밤동안 표층수를 냉각시켜 밀도가 커 긴 표층수가 하부로 내려가면서 지난 여름 담수기간 동안 보 상류부에 퇴 적된 바닥층의 오염물질들을 수체로 확산시키는 작용을 일으켜 짧은 시간 동안 용존산소의 대량소비 및 고갈을 일으켰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후 추정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 도 ‘미스테리’이지만 4대강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보다는 훨씬 논리 적이지 않은가? 또한, 그러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대비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어야 한다.

바닥부터 4대강 사업에 의한 생태계 변화가 강바닥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며, 녹조제 거를 위한 조류제거제의 투입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많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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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들의 예측과 추정은 작년 가을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에 이어 올 봄 4대강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들로 재현되었다. 수중생태계의 대참사라고 부를 수 있을 사건이 발생했던 금강에서는 2월 말, 더 상류인 공주보 직상류 지점에서 물고기와 함께 고라니, 자라 사체까지 발견되었다. 이 때의 현 장조사에서는 공주보 상류의 만곡부 안쪽 바닥에 뻘이 쌓여 부패되고 있는 모습이 나 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량이 적을 때는 물이 흐르지 않고 드러나 있어야 하는 곳에 보 때문에 물이 차면서 점토질의 입자가 퇴적이 되며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또한 남한강에서는 모래 바닥에서 살 수 있는 재첩 위에 뻘이 쌓이며 집단 폐사하는 사 건도 발생했다. 당시 동행했던 지역 어부는 예전에는 배가 고장나도 시동이 꺼진 채로 한 두시간이면 출발지까지 배가 흘러갔지만, 지금은 배가 고장나면 하루가 걸려도 출 발지점까지 갈 수 없다며, 바뀐 흐름에 대해 전했다. 흐름이 없어진 강은 오랜 시간동안 물을 잡고 있으며 녹조가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을 주는 한 편, 작은 알갱이가 바닥에 쌓이게 함으로써 저서 생태계 또한 바꿔 놓는다. 게다가 녹조를 없애겠다고 살포하는 조류제거제는 바닥에 더욱 많은 유기물질을 쌓이 게 함으로써 악순환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흐름이 줄어 더욱 잔잔해진 저 강 아래에 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바닥부터, 더욱 기초부터 살펴봐야 한다.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 의 모습(하)) <사진제공: 4대강 조사위원회, 4대강범대위, 촬영자: 윤순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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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 동영상 중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된 대규모 토목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구조물인 보(洑)의 건설, 두 번째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浚渫), 그리고 그 과 정에서 수반되는 하천변 변화와 관련된 부대사업(자전거 도로 건설, 생 태공원 조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 건설로 인한 하천의 호소화나 그로 인한 변화가 건설 이전부터 최고 의 이슈였고, 그 예상이 적중한 부분이라면, 준설의 영향은 사람들의 예 상보다 훨씬 넓고 참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준설 과정은 많은 사람들 이 생각하듯 하천 바닥 즉, 하상(河床, river bed)을 깊이 파냈을 뿐만 아 니라 4대강 강변에 존재하던 다양한 형태의 습지 역시 함께 파냈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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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준설(浚渫), 습 지를 파내다 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강을 사람의 혈관 에 비유하면서 그 당시의 강은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고, ‘강바닥 준설은 우리 몸속 혈관의 노폐 물을 제거하는 치료’라고 홍보했다. 즉, 당시의 강 은 퇴적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며, 그러므로 강의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많아지면 죽어가던 강이 되 살아 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용과 함께 보여 지던 영상은 사업 대상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이미지로 날조되었으며, 심지어 ‘4대강 유역 에 자연습지가 전무’하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칭하는 노폐물은 무엇인가. 다 름 아닌 강바닥의 모래와 하천변의 습지들이다. 실 제로 4대강 사업 공사 기간 동안 많은 습지들이 파 내어지고, 잠겼다. 그런데, 강이 죽었다, 혹은 살아났다라는 표현에서 정말 ‘살아있는’ 하천, ‘건강한’ 강은 어떤 모습이어 야 할까? 강이 살아있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 중 하나는 하천 시스템이 외부의 섭 동(perturbation)에 복원력을 가져서 추가적인 유 지관리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람 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4대강이 동맥경화에 걸렸다 는 비유는 그냥 틀린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그 반 대이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의 방향이 하천의 복 원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훨씬 떨어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의 자정능력은 크게 물리 적 자정능력과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으로 나눌 수

▲ 4대강 사업 전후 남한강 바위늪구비의 모습 변화

(사진: 서풍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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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있는데, 물리적 자정능력은 기본적으로 물의 흐름에 따른 확산, 희석 등의 작용의 결과이 며, 생물화학적 자정능력은 하천 생태계에 살고있는 생물들의 활동의 결과이다. 보에 의해 느려진 유속은 물리적 자정작용을 감소시키며, 생물들의 주요 서식처인 하상의 모래, 하천 변의 습지 없이는 보다 중요한 생물화학적 자정작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결국 이러 한 변화는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면역체계를 완전 히 망가트리는 것과 다름없다.

거꾸로 간 하천 복원 4대강 사업 이전의 우리나라 하천 복원 사업의 기본 방향 역시, 그러한 자정 작용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과 유사한 상태의 하상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하천 복 원 사업의 주요 내용이었다.

▲생태하천 복원도 -출처: 환경백서(환경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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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준설단면도 예 (실선: 현재 단면, 점선: 준설 단면)

환경부가 제시해 온 생태하천 복원도를 보면 미래의 하천은 하천변 고수부지를 자 연에 가까운 식생으로 복원하며, 홍수 방지만을 고려하여 사다리꼴로 만든 하천 바 닥을 자연적인 형태에 가깝게 되돌리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천 바닥을 자연적 인 형태로 만들면, 유량이 적은 시기에 물이 흐르는 폭과 범위는 줄어들지만, 수심과 유속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며 생물들에게 다양한 서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준설 단면도를 보면 하상의 형태가 생태하천 복원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업 전후의 모습을 보면 전후의 모습이 하천복원 사업과는 거의 정반대로 보 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태하천 복원 후의 무심천의 모습은 둔치의 모습이나 하 중도 등 습지의 모습이 오히려 4대강 사업 전의 영산강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에는 그런 습지가 다 파내어 진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생태 하천 복원 사업에서 일부러 조성해주는 여울, 하중도, 하천변 완충지대 등의 다양한 수변 환경을 4대강은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 이후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 습이 되었다.

면죄부를 쥐어주는 정책 결정과정도 복원해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습지 파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돌아오는 것은 항상 대체습지 를 조성했다는 답이다. 그러나 대체습지 조성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습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막기위한 최후의 방법이지, 기존의 습지를 마음껏 없애도 된다는 만 능 면죄부가 아니다. 또한 실제 대체습지의 질과 운영상태를 보면 자연 습지는 결코 쉽게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반증할 뿐이다. 또한 하천 그 자체가 생태계 내의 매우 중요한 통로(corridor)이자 습지임을 람사르 협약 등에서도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치수 중심의 하천 정책에 따라 하 천의 습지로서의 가치가 경시되어 왔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욱 퇴보되었다.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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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근 보도된 국토부가 지자체에 보낸 하천구역의 ‘습지보호구역 지정 저지’ 협조 요청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참고: 한겨레 기 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02249.html). 정부가 4대강 사업 홍보 과정을 통해 멀쩡한 강에 사망선고를 내리 더니, 사업 과정을 통해 오히려 습지를 파괴하며 강의 건강성에 위 해를 가한 결과는 이미 2012년 국제 습지상(The Wetland Globe Awards)에서 최악의 습지파괴 사례에 주어지는 회색상(grey globe) 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제 다시 4대강에 건강을 되찾아 주려면 우리는 살아있는 강이 어떤 것인지, 어떤 행동이 그 건 전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런 합리적 인 판단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과정 내에서의 자정작용 역 시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 돌팔이 의사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면 이를 올바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인간 생태계의 건전성 역시 함께 복원해야 한다.

▲영산강(나주대교-영산대교 사이)의 4대강 사업전(좌)과 사업후(우)의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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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하천 복원전의 무심천(좌)과 복원후의 무심천(우) 모습 출처: 환경백서(환경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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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죽고, 잠기고, 무너지고… 4대강 잔혹사

▲2010년 여름 낙동강 모습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주로 수질과 수생태계 등 기존의 하천 환경 문 제들의 주류-그러나 사업의 방향은 지금까지의 정책과 정확히 반대 방 향으로 향하는-에 해당하는 얘기였으며, 앞으로의 대재앙에 대한 예고 에 가까웠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건설과정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많 은 인간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 홍수피해를 줄이 겠다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해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해들은 애초에 수리수문적으로 잘못 설계되었기 때 문에 발생한 인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전 국토 에 걸쳐 무리한 일정으로 사업을 강행하며 발생한 건설노동자들의 수 십 건의 사망사고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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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뛰기’,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

▲ 중심을 잃은 굴삭기

건설사의 다단계식 하청 및 속도전의 문제는 하 루 이틀 사이의 일도 아니고 4대강 사업만의 문제 도 아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는 지금까지의 토목 사업들과 규모 면에서나, 속도 면에서나 차원이 달랐다. 대통령의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겠다는 명확한 목표 하에 24시간 밤샘작업, 장마기간 및 혹한기 중 공사 등 상식에서 벗어난 일정을 강행 하였다. 이를 위해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까지 제정하였다. 불법 계약으로 ‘탕뛰기’를 하는 덤프트럭 기사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과 속, 과적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굴삭기 기사 들은 불법 개조 및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을 강요 받았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무수히 많이 발생하였으며, 공사기간동안 총 22명의 사 망자가 발생하였다. 사망사고의 주된 원인은 협 착, 교통사고, 지반침하 및 장비 전복 등으로 인한 익사, 추락 등이었다. 이게 건설노조는 4대강 속 도전을 간접 살인으로 규정했으며, 실제 공사장 에서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 어 언제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망사고의 원인을 노동 자들의 과실 탓으로 돌렸다.

▲덤프트럭을 굴삭기가 끌어올리고 있다.

공사중 무너진 호국의 다리 그러나 지금도...

▲폭우에도 공사는 계속 되었다.

4대강 공사 중 다리가 무너진 사례도 많았다. 그 중 2011년 6월 25일에 무너진 낙동강 본류 왜관 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사고는 자칫하면 대형사 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빈번하 게 이용하는 다리였으나, 다행히 새벽에 사고가 일어났고 빠른 신고로 출입을 통제해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역시 비가 많이 와서 발생 한 천재지변이라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 정하기에 급급했지만, 당시 강수량이 아주 많지 않았음에도 6m 깊이로 준설을 한 지점이어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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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살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2011년 6월 25일 새벽 무너진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사업 후 준설에 따라 물살이 빨라질 것에 대비해 각 교량들에는 교각보호 공을 설치를 했으며, 다리 규모에 따 라 수십 내지 수백억씩의 예산이 소요 되었다. 왜관철교 역시 교각 보호공을 설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 고가 발생하여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었다.

더욱 많은 교량 붕괴가 일어난 곳은 공사장이 아니라 공사 구간으로 유입되는 지천의 합수부 인근에서 발생했다. 본류의 바닥을 6m로 깊게 파내면 본류와 지천 하상(river bed) 높이가 더욱 차이가 나게 되며, 이로 인해 유속이 빨라져 침식이 발생한다. 이러한 침식이 흐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 때문에 ‘역행침식’이라고 불린다. 역행침식의 영향을 받는 지천 부분은 4대강 공사구간 밖이며, 따라서 교각보호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사기간동안 여주 신진교, 용머리교 등 붕괴 되었거나 붕괴 위험이 견된 교량이 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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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7월 28일(좌)과 8월 17일(우)의 용머리교. 4대강 공사중 단기간에 붕괴가 급격히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신고 후 관련 없는 구제역 표지판으로 통행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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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4대강 공사중 단기간에 붕괴가 급격히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공사가 끝난 올해 장마철, 남한강 지천 용담천의 전북교가 붕괴되며 불안감을 가 중시켰다. 이는 변화된 본류와 지천의 위상관계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으며, 본류의 큰 공사의 문제점 때문에 훨씬 많은 지천에도 공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잠기는 농경지

▲공사기간 중 침수되었던 상주 참외(좌) 및 완공후 발생한 합천 수박(우)

공사기간동안 발생한 사고 중 성주에서는 특산물인 참외 하우스가 대량 침수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례 는 준설토 적재 및 공기 단축을 위해 제방을 잘못 트며 휩쓸려간 준설토가 배수펌프에 문제를 일으키며 발생한 사고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공사 기간 중 발생한 사고들은 천재지변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 서는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완공 후 보에 담수를 시작하고 침수가 되어 농사를 망치는 지역이 여러 지역 나타나고 있다. 보 상 류에 담수가 되어 수위가 올라가는 지역 중 겨울 하우스 밭농사를 지어 특산물로 판매하고 있는 지역이 상당수 있으며, 이 중 관리수위 이하의 고도에서는 제방이 있다 하더라도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가 발 생하여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지역 주민들은 사업 이전부터 침수를 예상하고 보상 을 요구했으나 수자원공사와의 예상침수면적 예측이 크게 차이가 나 갈등을 빚어 왔다.

구조적 문제, 늘어나는 예산,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비리나 담합, 속도전을 위해 낭비된 예산을 차치하고라도 공사 중이나 이후의 피해를 메꾸기 위해 요구되 는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발생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땜빵식 방안으로는 반복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려 겨우 경제성을 확보한 사업에 어마어마한 수질개선 비용, 하상 세굴 등의 보강공사비용, 지천 보강사업비용 등을 합치면 이만저만 마이너스 사업이 아니다. 정말 문제는 이 계산에 는 노동자들의 죽음, 인간 이외의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 습지 파괴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돈 을 쏟아 부어도 해결 될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것이다. 4대강 본류에서 실패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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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까지 파괴하게 되면 그 영향은 우리가 영영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2011년 장마기간 잠긴 농경지를 바라보는 합천 주민

4대강 본류에서 실패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해, 지천까지 파괴하게 되면 그 영향은 우리가 영 영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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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4대강 사업을 넘어

▲내성천 전경

기이한 일이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지 일 년이 넘었는데, 한창 4대강 공사중일 때 보다, 4대강 곳곳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보다도 요즘 4대강 관련 보도를 훨씬 많이 접할 수 있다. 2013년 국정감사는 ‘4대강 국정감사’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국토교통위 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뿐 아니라 13개 상임위 중에서 11개 국정감사에서 4대강 관련 질의가 나왔다니 말이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지 1년 만에 나온 ‘충남도 금강 물고기 집단폐사 민관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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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건선 예정지 하류 내성천 바닥의 자갈. 이전보다 많이 거칠어진 입자를 볼 수 있다.

조사단’의 공동조사 보고서가 10월 21일 공개되었 다. 결론은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은 4대강 사업 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 직후 대한하천학회 나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용존산소 부족으로 인한 폐사’라는 추정과 달라지거나 심도있는 내용도 거 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노력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까? 아 니, 그보다 뒷북은 알아서 치게 놔두고 우리는 지금 까지 짚어 온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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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과 강의 복원 얼마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준익 감독이 출연 하여 자신이 연출한 영화 “소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008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 을 모티브로 한 영화 “소원”은 사건의 처리 과정이 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피해자가 삶을 회복 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영화로 평가받 고 있다. 감독은 “피해자에 대한 과중한 처벌을 주 장하는 관성이 약간 비겁할 수 있다”며 “뉴스에 범 인이 나타나면 ‘저 놈은 죽여야 해!’라며 본인의 도 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면서 피해자의 삶 자체에는


흘러야 강이다 별 관심이 없는 모습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분노를 유발하고 그에 편승 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인권을 유린하는 여러 사건들과 자연을 수탈하는 사업들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지만, 특히 그러한 면에서 닮아있다. 가해자를 철저히 처벌하는 것은, 어리석은 반복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 만, 가해자의 형량을 늘린다고 피해자의 삶을 돌이 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책 과정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책임 자 처벌만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이렇게 변해버린 자연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당장 ‘범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겠다는 미명하에 경제성도 없는 사업을 강행했던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 사업을 빌미삼아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심판하는 것이 아 니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보다 근본 적인 변화이다. 그 주체가 누구였든지간에 한 사 람, 혹은 한 편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토목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이 필요하 다. 그리고 그런 사회로의 전환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건설, 댐건설 중장기계획 등을 멈춤으 로서 가능하다. 이미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 드러 나고 책임자 처벌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진 행 중인 사업들을 멈추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정 율을 따지며 매몰비용을 논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오류를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 -단순한 처벌 이 아닌 단죄(斷罪)가 필요한 시점 피해자에 대한 조치 -복원, 재자연 화, 자연성 회복... 문제는 내용 책임자 처벌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정쟁에서 칼 로 쓰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 는 데에 있다. 흔히 사용하는 ‘단죄(斷罪)’라는 단어 의 본래 뜻은 죄를 끊어낸다는 뜻이다. 그 동안 대 규모 토목사업이 끊임없이 이슈화 되면서도 같은 패턴의 싸움이 반복되어 온 것은, 책임자 처벌과는 별개로 적어도 진정한 의미의 단죄는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 번 삽을 뜬 사업은 강행할 수 있으며, ‘먹튀’ 후 에도 별 뒷탈 없이 더 큰 먹잇감을 찾아 나설 수 있 는 사회. 그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이 바로 4대강 사업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4대강 사업의 결 과를 무기로 휘두르려는 많은 정치세력은 4대강 사업의 주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민주-참여정 부 10년동안 벌어졌던 개발사업을 일일이 열거하 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 국토 환경의 수 호자인 것처럼 나서고 있는 세력들이 ‘경제’를 살리

요즘 한국사회에서 4대강 이후에 달라진 강을 되 살리기 위해 취해져야 할 조치를 의미하는 용어 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재자연화 (renaturalization)'란 단어이다. 흔히 사용되는 ‘복 원(restoration)’이란 용어가 아니라 재자연화라 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은 복원이라는 단어가 원 래의 의미와 다르게 남용되고 오염되었다는 인식 이 확산된 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복원이라는 단 어는 가장 일반적이며 포괄적인 단어로, 기술적이 고 단기적인 보수에서부터 유역의 기능적인 복원 에까지 폭넓게 쓰이고 있지만, 그런만큼 실질적으 로는 개발사업이면서 사업의 본질을 흐리고 좋게 포장하기위해 이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4대강 ‘살 리기’ 사업 역시 죽어가는 강을 복원하겠다는 목표 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외에도 하천의 서식처로서 의 기능을 강조하는 회복(rehabilitation)이나 소생 (reviving)이란 용어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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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장파천

용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의미나 사회적 용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구체적인 내용 의 중요성을 앞설 수는 없다. 복원이라는 단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4대강의 재자연화가 필요함을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 과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가 없다. 물론 개략 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있다. 4대강 사업으 로 인한 변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심각하게 일어 났다는 현상 인식과 그러므로 강은 다시 흘러야 한 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언젠가는 보를 철거해야 할 것이라는 정도이다. 문제는 그러한 내용을 어떤 사람들이 모여 논의할 것인지, 이미 일어난 변화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사회 적 합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 서는 모두 다른 상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각자의 정치사회적 이해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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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공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긴 호흡 대규모 개발사업은 그 자체로 인간성 상실의 단편 을 보여줄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파괴라는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적인 이익을 미끼 로 사람들을 이간질시켜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는 일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 습이다. 영양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장파천 일대의 마 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양군수의 비리와 영양 댐에 대한 언론의 관심으로 댐건설 반대 운동이 힘


▲지난 6월 제2회 장파천 문화제에서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만든 솟대

을 받던 와중에 열린 제2회 장파천 문화제에서는 도중에 경운기로 축제중인 교차로 한 가운데를 지 나가며, 불편함을 나타내는 주민이 있었고, 며칠 후, 누군가 축제 때 만든 솟대를 베어버리는 사건 이 발생했다. 경제적인 이익만이 위기를 낳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도림천과 관련한 한 학술대회에서 나경채 관악 구 의원은 “도림천에는 4년에 한 번씩 위기가 찾아 온다고 알려져 있다”는 발언을 했다. 청중들은 웃 음과 함께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곱씹었 을 것이다. 자연 환경을 대상으로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을 본인의 치적으로 삼는 것은 이제 매우 일반적이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로인 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이 세워지고, 그간의 추진 방향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

히거나 임기 내에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무리하 게 계획을 추진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또한 장 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들이 계속해서 유보되는 등 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요즈음 밀양의 상황 때문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 말 이 ‘외부세력’이라는 말이다. 원칙적으로 지역 주민 이외에는 모두가 외부세력으로 불릴 수 있다. 그러 나 그 공간을,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 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이들을 단순히 자 신의 이익-그 이익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혹은 둘 다 이든지-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은 명 확히 다르다. 후자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외부세력 일 것이다. 우리당이 다른 정치를 하겠다면, 여기서부터 다른 정치세력들과 달라야 한다. 개발과 지역의 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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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야 강이다

▲ 세워진 솟대

정치적인 도약대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사 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오랜 시간 함께 고민하고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환 경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연 그 이상의 시스템과 인간 공동체 자체를 복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의 오래된 구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여전히 유효하다. 4대강 재자연화의 과정이 4대강 사업처럼 전국 규모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면, 그것은 제2의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는 사업이 될 것 이다. 그 과정은 지역의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당사자 들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때로는 당사자로, 때로는 든든한 지 원군으로 지속적으로 연대하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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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상당부분 우리가 저지른 난개발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삶의 방식의 변화와 양보 없이 기술발전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함을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경제적 목적을 가진 특정 세력의 강력 한 의지와 권력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의 힘에 대한 경시와 인 간의 기술에 대한 오만함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이후 홍수피해액이 8배나 증가했으며, 보호동 물 28종이 낙동강을 떠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댐은 여 전히 건설 중에 있고, 댐건설 중장기 계획에는 10년 내에 14개의 댐을 건설할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천 차원에 서 ‘고향의 강 정 비사업’ 등 여러 사업들이 추진되 고 있다. 근본적 인 변화 없이는 우 리는 무력감을 느 끼며 같은 싸움을 계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4대강 사업에 반 대하는 구호 중에 가장 직관적인 구호 중 하나가 ‘강은 흘러야 한다’였다. 그러나 훨씬 더 긴 시간 과 공간 차원에서 보자면 강들은 4대강 사업과 상관없이 언젠가 다시 흐를 것 이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강이 주는 혜택을 누리며 조화롭게 살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 그 결과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 올 것이다. 강과 사람 모두 를 위한 새로운 질서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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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4대강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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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내용을 깊이 알게 되면 한반도 대운하가 국운 융성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2007.8.1 “아직까지 비판과 우려가 있는 것은 홍보 부족 탓이다. 대운하는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를 3만달러 시대에 걸맞게 리모델링하는 미래산업이다. 국운 융성 프로젝트가 될 것 이다” 2007.9.13 “4대 강 정비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그런 것(정치권의 논란)에 휘둘리지 말고 예 산이 잡혀 있다면 빨리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2008.12.1 “90년 전인 1919년 도산 안창호 선생도 ‘강산개조론’을 강조할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었 다”, “지자체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여기에 해당된 다” 2009.1.9 “청계천 복원을 통해 이미 체험했듯이 4대강 살리기는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 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고 대한민국을 다시 약동하게 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 2009.11.22 “생명을 살리고 죽어 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며,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 4대강의 목표 이자 내 소신” 2010.3.23 “소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반대한다. 그러나 국민 들은 절대 환영한다. 지금 4대강변에 가보면 천지개벽한다” 2011.10.8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여름철마다 반복돼 온 고질적인 비 피해가 사라졌다…올여 름 큰비가 있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으나 예전과 같은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 다” 2012.6.11

출처 : 환경운동연합 http://www.kfem.or.kr/wp/?p=15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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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4대강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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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훈장' 받은 인사들, 낱낱이 공개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 CD=A0001935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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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응답하라 2009

'까발리야'에 이어 '까발리노' ?

부산시당, 펫트병 뗏목 타고 “4대강사업 중단하라” 수상 시위

종지

▲이런 멋찐 퍼포먼스였건만

▲방송에는 저렇게 나왔다.

2008년에 2인승 자전거 ‘까발리야’를 직접 만들어 MB 의 대운하 사업을 까발리겠다며 전국 자전거 일주를 벌였던 부산시당 당원들. 2009년 8월에는 뗏목 수상 시위를 벌였다. 이름하여 ‘까발리노.’ 4대강 사업의 허 구를 까발리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침몰하면 지방선거고 진보정치고 다 끝장

그냥 뗏목도 아니다. 펫트병을 이어 만든 ‘재활용품 뗏 목’이다. 제작과정도 다사다난했다. 400개가 넘는 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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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병을 모았고, 철사로 묶을지 테이프로 묶을지 노 끈으로 묶을지 장시간의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듭 했다. 자세한 제작과정은 당시 화덕헌(현 해운대구 의원)이 쓴 “조선업의 길은 멀고도 험한가 봐요”를 참조하시라. 안전성 검사를 위해 시험운전까지 거쳤다. 당시 뗏 목을 탄 네 사람의 선원 모두가 2010년 지방선거 후보들이었다. 자칫 가라앉기라도 하면 지방선거 는 둘째 치고 다음날 일간지 1면에 “군소정당의 무 모한 객기, 네 사람의 인명 앗아가” 뭐 이런 타이틀 로 대문짝만하게 실릴 재앙이다. 무조건 안전 또 안전을 기해야 했다. 대망의 D-day. 아침 9시, 화명 나루 근처에서 ‘까발 리노’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네 명의 선원들이 열 심히 노를 저었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저었다. 예 상 시각보다 30분 일찍 목적지인 구포대교 아래에 도착해버렸다. 문제는 10시 30분 전후로 구포대교 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더니 방송 카메라 들이 정말 10시 30분에 딱 맞춰서 도착한 것이다. 아- 유도리 없는 기자들 같으니라고.

“자... 잠깐만, 후진, 후진!”

실로, 강은 흘러야 강이다. 뒤늦게 방송 카메라가 도착하고, ‘까발리노’는 다시 낙동강을 거슬러 올

라가고 싶었지만 점점 카메라 사정거리에서 멀어져 갔다. “후진하라꼬, 후진!” 애타는 목소리도 무심하 게 ‘까발리노’는 유유히 낙동강을 따라 하구 쪽으 로 떠내려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4대강 사업 중단”이라고 큼직하게 쓴 대형 현수막이 장장 15미 터 길이였던지라, 멀리서나마 우리의 메시지는 아 스라이 전해졌다. 수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포대교를 지나면 서 강폭이 넓어지니 유속이 점점 빨라졌다. 까발리 노를 ‘정박’시키려고 선원들이 강변 쪽으로 쎄빠지 게 노를 저었지만 까발리노는 자꾸만 바다로, 바다 로만 나아갔다. 이거야말로 비상사태. 강변에는 펫 트병 뗏목 타고 수상시위를 하겠다는 이 괴짜들을 살펴보려 119가 출동해 있었고, 119 대원들의 도움 으로 강변에 ‘정박’을 했다. 그들의 항해는 처음 구 상만큼 근사하지도, 무사하지도 못했지만 그들은 강물을 타고 내려오면서 똑똑히 보았다고 한다. 수 면을 헤치고 힘차게 뛰쳐 올라오는 수많은 물고기 들을, 그리고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낙 동강을. 두 시간여 걸쳐 낙동강을 항해한 ‘까발리노’는 발 동동 구르며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던 부산 당원들과 함께 ‘코파기 샷’으로 마무리했다. “애먼 강 고만 파고, 니 코나 파라!” 하지만 우 리 모두가 알고 있듯, MB는 코 대신 강 을 팠다. 주구장창 팠다. 전국민적인 반 대와 저항에 부닥쳤음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꿋꿋이 강바닥을 긁어냈고 둑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하천 생태계 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고 강은 거대 한 수조가 됐다. MB정권은 수없이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들이대면서도 사람들 을 설득하지 못했지만 진실은 의외로 단 순명료하다. 강은 흘러야 강이다. ‘까발 리노’가 까발린 게 바로 그거다.

▲"애먼 강 고만 파고, 니 코나 파라!" 코파기 샷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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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응답하라 2009

"조선업의 길은 멀고도 험한가 봐요" 2009.8 / 화덕헌

까발리노는 해운대 신여사님의 "그럼, 해보죠" 라는 도발적 멘트와 허위원장님의 " 에이씨.. 함 하지머..." 라는 자포자기성 멘트에 힘입어 추진되었다. 허지만 노아가 홍수를 대비해서 방주를 만들때 많은 사람들이 비웃은 것처럼 덕헌이 페트병으로 뗏목을 마든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미더워하지 않았다. 이에 까발리노 연구진은 까발리노 과연 뜰 것인가? 라는 의구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 하다보니 드잔이 좀 후졌다는 것은 정작 퍼포먼스가 끝나고 다음날 신문에 난 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역시 조선업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인가 보다 ㅠㅠ 제작진이 페트병을 모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지만 고작 30 개정도 모였을 뿐이고... 나머지 페트병은 인근 고물상을 뒤져서1.500원에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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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의 바닥은 3미리 4-8 합판에 승고 다루끼(?)로 샌드위치

해 주신 당원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판넬을 만들어 깔았다.

- <신발 소재 및 유통 연구소> 김종권 소장이 저기 보이는 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샌드위치 판넬의 빈공간에 물이 차서

에 뜨는 신소재 현수막을 제공해 주셔꼬

선체의 안정감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전문용어로 흘수라고

- <막거리 퇴치운동 본부> 기경훈 본부장이 물에 풀어지지 않

하던가?

는 글씨 쓰는 재료를 보내 오셨다.

4인승 뗏목은 생각보다 부력이 크므로 웬만해서는 페트병이

- <삼다수를 사랑하는 제주도민 모임> 과 관련이 전혀 없을 것

뿔뿔이 흩어지기 십상이다.

같은 몇몇 분들이 페트 병을 보내 주셨다. ㅎㅎ

혹자는 철사로 묶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 구명정을 가져오신 <하스> 노기섭 사장님과 구명 조끼를 보

우리는 신공법을 채택했으니 택배포장테이프를 이용하였다.

내주신 요트협회 관계님께도 꾸벅!~

테이프질은 철저하게 2진법으로 이루어졌다.

- 약간 얄팍한 안전요원 자격쯩으로 함께 하신 민군수님

즉 두개 씩 먼저 묶고 그것을 또 두개 씩 묶어 낱게로 흩어지

- 페트병 연결에 필수 장비인 고승넝 테이프를 약간 사오신 바

는 경우를 최대한 예방했다.

쭌님...

그리고 전체 모형을 노끈으로 묶었으며 노끈 위를 다시 짜장

- 오리알 대신 계란을 삶아 오신 삶은 계란 허원장님

면집 질긴 랩으로 감싸주었다.

- 등등등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따!~

이렇게 결합된 페트병 덩어리를 샌드위치 판넬에 얹고 다시 노

(그리고 수중용 본드 4개를 지하실 계단에 던져두고 가신 익

끈으로 묶었으니,

명의 시민이 누구인지 본 지도위원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

이번에 뗏목을 완성하면서 관련 부품 산업이 중요함을 절실히

구라로 일이 계획될지라도 모든 일의 진행은 기술자와 노동자

느꼈다. ㅎ

가 하는 법이다. 핵심 기술을 귀뜸 해준 몇몇 분들과 제작에 참여해주신 당원

아, 그라고

들께 감사 ^^*

마치 하청업체 사장이나 납품업자처럼 끼발리노 부품을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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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600km를 달려온 까발리야호가 한강에 도착하자 당원들이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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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진보신당 부산시당 당원들이 '사(死)대강 삽질 OUT'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물 속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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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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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점거 현장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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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하천 복원

하천 복원, 어디서부터?

도시 물길의 문제는 도시 구조 의 문제

이현정

4대강 사업은 복원이라는 이름을 덮어 쓴 대규모 토목사업일 뿐이었다. 하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치수와 이수, 수환경의 문제를 전국 규모에 걸친 보건설과 준설 사업으로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사업의 취지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는 전문가들 뿐 아니 라 일반 시민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이 추진 된 것은 추진 측 의 이해관계가 특정 집단, 특정 지역의 단기적인 이해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크지만, 또 한편으로는 도시화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천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한정적이었기 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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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문명하셨습니다.’ 엄청난 중독성으로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게임 ‘문명V’의 원제는 'Civilization V'다. 재밌 는 건 토목공학을 영어로 ‘civil engineering’이라고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 스로의 덩치를 유지하기위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가면서 난개발, 과잉개발을 주도하고 토건 마피아라 는 명예스럽지 못한 이름을 얻은 그 세력도 시작은 마찬가지였다. ‘문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문명의 발상지, 강 주변에 정주를 시작하며 물을 좀 더 쉽게 끌어다 쓰고, 그러면서도 홍수 피해 를 입지 않도록 제방을 쌓던 과정이 토목공학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토건세력에 의한 난개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어느 덧 우리가 문명화된 세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 존재하는 그 이면의 모습은 잘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도시의 하천들은 도시화 이전에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가, 사람들이 정주하기 시작하며 홍수 방재를 위 해 제방을 쌓은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쓰고 버린 더러운 물을 강으로 버리면서 하 천변은 더럽고 위험한 곳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서울의 경우도 1970년대 하수처리가 도입되기 전까지 하 천은 그런 곳이었으며, 그래서 많은 하천들을 덮어버리고 최근까지 잊어버리고 살아 왔다. 아래의 1962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급하는 욱천은 지금은 완전복개되어 거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하 천이다. 기사에서는 단순히 하천 복개 사업의 규모와 사업비, 그리고 이후의 교통에 대한 얘기만이 나와 있으며, 하천 자체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1946년 미군이 작성한 지도를 보면, 욱천 이외에 도 봉원천과 더 많은 지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욱천은 서대문부터 서울역, 용산을 거쳐 한강으로 유 입되는 꽤 큰 하천이었다. 봉원천 역시 봉원사에서 발원하여 연세대(당시 연희전문대)와 이화여대 사이를 흘러 현재의 서강대교아래에서 한강으로 합류한다. 사실 동작대로, 대학로, 서강로, 봉천로 등 큰 도로들 부터, 서울의 삼청동길이나 이보다 훨씬 작은 동네 도로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많은 도로는 큰 하천이나 그 지천을 복개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청계천의 경우도 본류만 복원되었을 뿐 지천은 대부분 여전히 복개되어 있다.

▲1962년 8월 22일자 동아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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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하천 복원

▲복개된 욱천과 봉원천의 1946년 모습(미군작성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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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위험 문제는 하천들이 복개가 되었다는 자체가 아니라 우리는 지하에 흐르는 물길의 존재를 잊어버렸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엔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으며-그것도 하천수, 하수, 빗물이 섞여, 우리의 삶에 영향 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문명화된 사회는 우리를 공공재의 생산 및 폐기 과정과 격리시켰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사람 들은 우리가 마시는 물이 막연히 팔당에서 왔다는 것만 알 뿐,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집 수도꼭 지로 오는지 잘 모른다. 또한, 우리가 쓰고 버리는 물이 어디서 처리가 되는지도 잘 모르며, 그 물이 한강 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대부분 모른다. 그러나, 하천을 오염시켜서는 안된다는 막연한 캠페인성 구호는 내가 오염시킨 하천이 내가 먹는 물이 되 어 돌아온다는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했을 때만이 실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이해는 내가 사는 공간과 나의 삶을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 가장 쉽다.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일상적인 공간의 새로운 발견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며 문명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 만큼, 그로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에 대해서도 책 임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하나, 길을 벗어나 탐사를 시작하자. 우리는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장소라고 믿어왔던 공간을 탐사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매일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왔다갔다 할 뿐 그 길을 벗어나 본 적 은 별로 없다. 길을 조금만 벗어나 조금 더 외진 곳, 조금 더 위험해 보이는 곳에 가면 거기엔 또 다른 사람 들, 또 다른 삶이 지척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곳일수록 재해나 사고의 위험 에 훨씬 더 쉽게 노출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가 바꾸고 빛을 비춰야 하는 곳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

둘, 지속적으로 관찰하자. 4대강 ‘사업’이든, 동네 하천의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든, 사업은 사업일 뿐이다. 그 이후에 그 곳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결국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려면 우리는 그 곳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 그 공간에 누가 살아가는지-사람과 동식물 모두를 포함 해서, 계절에 따라, 혹은 한해 한해 지날수록 어떻게 변화하는지,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인지는 그 곳을 오 랫동안 오가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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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하천 복원

셋,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 연대하자. 기본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공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 글에서 얘기해 온 것이지만, 모두 알고 있듯이 지역의 문제가 단순한 지역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도시 나 도시의 하천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역사적인 맥락과 사회구조적인 근간 아래에서 발생한 것 이며, 문제를 풀어 나가는 방식 역시 지역간의 협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경우가 더 많다.

넷, 장기적인 꿈을 꾸자. 도시의 문제는 당장의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복개 하천을 복원하는 문제만 해도 당장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뜯어내고 대체 도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당장 실현 가능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삶의 공간에 대한 청사진은 꼭 필요하다. 다만 그러한 꿈은 근본적으 로 생태적이기 어려운 도시라는 공간에서 ‘완벽한 생태도시’라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목표 보다는, 이를테 면, 우리동네 하천은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거나, 장애인들이 큰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등 보다 구체적인 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2013년 11월 16일의 도림천 탐사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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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서 제안합니다. 하나, 그것이 알고싶다, 4대강! ● 4대강 사업이 끝났다는데, 녹조는 왜 저렇게 많이 생기나요? ● 팔당에서 오는 물은 안전한가요? ● 4대강,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둘, 하천 복원사업, 안녕하신가요? ● 툭하면 포크레인이 하천에 들어가 뭔가 하고 있던데, 저거, 저래도 되나요? ● 하천 복원한다고 해놓고, 옆에 돌만 붙여 놓은 것 같은데... ● 확 바뀐 하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죠?

셋, 우리동네 물길찾기 프로젝트 ● 욱천? 처음들어보는 하천인데, 우리동네에도 저런 하천이 있나요? ● 분명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은 있는데, 어디선가 물길이 없어졌어요. ● 비만 오면 여기서 시꺼먼 물이 콸콸 나와요~ 저건 어디서 오는거?

▲반복개 구간에서 만난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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