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24호 (20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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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기 당 대표단 선거 울산지역 유세에 울산시당 대의원 여성명부 후보로 참석한 우새하 대의원 (사진 : 노동당 울산시당)

진보정치 열전

세히 보니 구미 아사히 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지난 주 연대집회 이후 일주일 내내 전국의 노동 조합이나 투쟁현장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강원도 춘천, 서울, 울산, 부산, 거제도를 거쳐 구미로 갔다가

겼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나는 세상의 큰 틀은 나와 무관하다 여겼어요. 세월호가 침몰될 때도 청해진 회사만의 잘못 이라 생각했고 유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겠다는 생각, 그 이상은 깊이 생각을 못했어요. 최저시급이 나 비정규직들 문제도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어요.”

의 말을 언급했다. 경제가 어려운 탓을 노동자들의 시위나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가 경험한 현

자들의 외침에‘해고’ 로 답했다. 토지 무상임대와 세금 전액 감면이라는 혜택을 아사히에 제공한 구미시

이끌어낼지 또한 늘 고민이었습니다.

덕에 단 몇 년 만에 구미에서 최대 규모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하루만 쉬게 해달라는 노동

고민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지, 어떻게 대중들의 분노를 정치적 발화로

정치학교는 그런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올 하반기 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조차도 생존권 보장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에는‘불법 농성 올 여름, 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치학교를 진행했습니다. 당원이 되

습니다. 집회에서나 연대활동에서나‘꽃’ ‘희망’ 으로 표현되지 않기를, 그렇게 보이지 않기를 늘

주신 당원분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당원분들, 찬성표를 주신 당원분들, 반대표를 주신 당

확약서를 받았지만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는 복직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두 번째 고공농

‘청년’ 당원이라는 저의 정체성을 당 내에서, 진보정치 내에서 어떻게 위치시킬지 늘 고민이었

이런 시국 속에서 대의원에 당선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선되기까지 지지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2011년에 88일간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했다. 그 싸움의 결과로 회사로부터 복직

해 정치적인 발화가 이루어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얻어냈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그리고

5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조합을 만들려다가 해고당한 노동자 강병재였다. 부당해고를

제가 해온 고민들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청년들의 입을 통

그러나 밤바다가 바라보이는 60여 미터 크레인 위에 사람이 있었다. 2009년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3만

그 높은 크레인 위에서 맞았을 무수한 밤들. 그 사이 장마가 이어졌고 수차례의 태풍이 날카롭게 바다

다에 서있는 등대처럼 딸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는 너무나 먼 곳에 있다. 조선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린 곳이다. 몇 톤 단위의 철근이 머리 위를 휙휙 스치고 지나가 고 발아래에는 추락의 위험이 함정처럼 열려있다.‘깊이 생각하면 일 못한다’ 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말처

공유할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장 철거’ 라는 경고만 돌려줄 뿐이다. 희망버스가 부산시청에 도착하면 아사히 노동자들은 부산 영도구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로 달 려갈 것이다. 그곳에서 그의 망언이 노동자들의 가슴에 얼마나 큰 울분으로 쌓였는지를 똑똑히 보여줄 거 라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오래 전 내 가슴을 서늘하게 베었던 시 한편이 떠올랐다. 지금은‘시’ 로만 남은 시인, 김남주의 시이다.

올 하반기에는 울산지역 알바노동자가 처한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뿐 아니라, 노동개악에 대응

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

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의원으로서 가장 먼저 하게 될 활동은 이 두 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이 종을 깔보자

는 일과 노동개악이 전 국민의 알바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일은 결코 다른 맥락에 있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하는 활동도 함께 해나가려 합니다. 현재 가장 불안정한 노동자인 알바노동자의 현실을 계속 알리

서 싸우겠습니다.

게 이 땅은 희망 없는 절망의 땅이라고 그가 말한다. 9월 12일 토요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온 날에도

니다. 청년일 뿐 아니라, 여성, 알바노동자, 대학생이기도 한 저의 모든 정체성으로 현 상황과 맞

로 올라갔을까, 오죽하면 한 여름 내내 고공 크레인 위에서 휘청거리며 버텨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불안하고, 분노가 끓어오르는 지금의 상황을 청년이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 타개하지 않겠습

럼 하루하루를 무사히 지나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위험도 감수하며 일하던 노동자가 오죽하면 철탑으

조선소 공장 안은 일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그들에게 이 땅은 어떤 땅일까.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도로 왔다. 아사히 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는 올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런 곳 에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 진행되는 노동법 개악도 예전 같으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여

청년으로서, 여성으로서, 알바노동자로서, 대학생으로서 지금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마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우새하 울산시당 대의원

실에 비추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다. 아사히 공장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을 한

거제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의 선전전

후에도 나는 자주 거제도 앞바다가 떠오른다. 거제도를 품은 바다는 아름다웠다. 수많은 섬들이 촘촘하게 새겨진 남해는 잠시 깃들어 살고 싶을 만큼 아늑했다. 그날, 그 크레인을 보지 않았다면, 그 크레인 위의 한사람을 보지 않았다면, 거제도의 바다는 여전히 내게 위안을 주는 바다였을 것이다.

고 난 후 처음으로 참가해본 정치학교 행사였습니다. 청년당원으로서 느끼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원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희망버스가 거제도로 온 9월 12일은 그의 고공농성이 157일째 되는 날이었다.

를 긁으며 지나갔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집에는 두고 온 열 아홉 살 딸이 있다. 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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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국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평화로운 연말이 되기를, 또한 바랍니다.

대우조선소 앞 집회 장소에서 흰 옷을 입은 한 무리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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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낫으로

9월 16일 울산시당이 진행한‘노사정위원회 해체, 노동개악 저지’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새하 대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 자리에서 우새하 대의원은 청년의 입장에서 본 노동개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사진 : 노동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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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출근하려고 갔다가 닫힌 공장 정문을 에워싼 경비들에게 쫓겨난 윤석은 그날 이후 정문 앞 푸

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수가 1100여 명인데 그중 300여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800여 명은 본사에

른 천막 농성장으로 출근을 한다. 복직 투쟁을 시작하고는 전국을 많이 돌아다녔다. 노동조합을 만난 몇 한방연고 1세트

사에서 잔업해라 하는데 비정규직이‘난 돈이 적더라도 정규근무만 할랍니더’하다가는 아예 영원히 회사 한 삼, 사 개월 그 공정을 했었어요. 그걸

원일컴-노동당

미래편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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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은 오년간 아사히 글라스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아사히 글라스에 30,000원 (자운고・청염고・해통고)

지만 난 잔업을 안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에 나오지 말고 쉬라고 하거든요. 노동조합이 이런 것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임금도 임금이

좋은 약재로 정성들여 만든 한방연고세트입니다. 한의사(경희우리한의원) 김나희 당원 인증

내가 이직을 해서 다른 회사에 간다 해도 회사에서‘니 오늘 잔업해라’그러면 방법이 없어요. 만약에 회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명으로 입급을 부탁드립니다.

라며 소식을 전하는 동료들의 응원이 힘이 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을까. 그래서 윤석은 함께 싸우지 못하는 동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떠나고서도 오히려 미안하다, 힘내

신한 100-029-087093 노동당

어디를 가더라도 이곳만큼 힘들 거라는 건 다 알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의 생계보다 두려운 일이 또 있 어가는 중이다.

결제계좌

170여 명의 노동자들 중 120여 명은 회사가 내민 희망퇴직을 받아들였다. 남은 50여 명이 복직 싸움을 이

한방연고세트

선 노동 강도를 좀 낮출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는 우선 임금은 둘째 치고, 지금 만약 산하던 때인데, 그때 노조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노조가 있다면 돈도 돈이지만 우 그냥 계속 다녔는데, 한두 해 있다가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그때 떠오른 게 5.5세대 생 고요. 그때 감정이 극에 달해 있었어요.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는데 내가 나이가 있어서 이직이 쉽지 않아 하니까 쉬지를 못해요. 내가 휴무를 한 달에 두 번, 어떨 때는 한 달에 한번밖에 못 쉬었던 때가 있었더라 생산할 때 로봇이 할 공정을 사람이 해야 구미역 앞에서 선전전 중인 아사히 노동자들(위) 아사히 공장 정문 앞에서의 불꽃 시위(아래)

이 해야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예전에 량이 많으면 로봇이 해야 할 공정을 사람 꾸준히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라서 주문 1500mm) 유리 기판이란 게 있는데, 그게

전히 그랬어요. 5.5세대(1300mm× 사에서도 그랬지만 아사히에 와서도 여

데, GTS 공장만 문을 닫겠다는 거다. 더 이상 예전처럼 부려먹기가 힘드니까 해고한다는 걸 알면서도 유는 또 있다. 아사히 공장은 본사나 하청업체나 모두 다 잘 돌아가고 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딱 한 군

주문방법 전화 02)6004-2014,2016 팩스 02-6004-2001 이메일 laborkr@gmail.com

구미 아사히 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 인터뷰

일주일에 하루라도 쉴 수 있다면 이웃을 위해 살고 싶어요

닫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믿는 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은 제품을 두고 어느 날 갑자기 물량 주문이 없어서 공장 문을 다. 리의 두께가 아주 얇고 가볍기 때문에 대형 벽걸이 텔레비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제품이 는 그 단점을 보완한 평면화면이라 어느 위치에서든 편하게 TV를 시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유 뒤에 방전에 의해 빛을 내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기존의 LCD화면이 가운데가 볼록한 화면인데 반해 PDP 아사히 글라스의 주력 생산제품인 PDP는 두 개의 유리 사이에 액정 대신 네온과 같은 가스를 주입한 성에 잘 맞았다. 네 명이 한 조다.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의 윤석에게는 이물질 없이 꼼꼼하게 세척해야 하는 이 공정이 적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요가 높다. 윤석은 원료를 용해해서 생산된 유리를 세척하는 공정에서 일한다.

노동르포

아사히에서 생산하는 PDP유리는 기존의 TV유리화면의 단점을 보완해 새롭게 생산한 제품이다. 국내

“내 가슴에 제일 큰 게 뭐냐면, 회사의

GTS에서는 올해 5월 29일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한 후 한 달 뒤인 6월 말,

일정에 맞춰줘야 하니까 내가 쉬고 싶을

GTS 노동자들에게 업체로부터 계약을 해지한다는 핸드폰문자가 날아왔다. 계약서에 적힌 계약 종료일이

때 내 맘대로 쉬지 못한다는 것, 예전 회

아직 반년 가까이 남아있던 때였다. 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쉴 수 있다면

조합 결성에 찬성한 이유도 이대로 계속 산다는 건 도무지 사람이 사는 삶이 아니란 걸 절실히 느끼고 있 참석하지 못하는 부담감까지 더해지면 산다는 게 고역처럼 느껴진다. 하청업체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동

물든다. 하루 종일 내린 비도 폭죽이 터

들어가면 나머지 남아있는 두 개의 조가 12시간 맞교대를 한다. 휴일에도 다른 조의 누군가가 급한 일이

뜨리는 불꽃망울을 어찌하진 못한다. 분

있어서 월차를 쓰면 대신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때가 허다하니 일주일에 하루를 제대로 쉬어본 적이 드물

노는 슬픔보다 힘이 세다.

다. 쉬지 못하고 연이어 2주일을 일하고 나면 피로가 독처럼 몸 안에 번진다. 집안의 경조사조차 제대로

장 위 검은 하늘이 노을이 번지듯 붉게

노동당 재정사업

른다. 수백 개의 불빛이 모이더니 곧 공

3조 3교대로 돌아가는 공정이라(정규직은 4조 3교대이다) 돌아가면서 휴일을 가지는데, 한 조가 휴무에 일하는 하청 공장 GTS에서는 17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서 직접 채용한 정규직들이고 나머지 300여 명은 이름이 다른 세 개의 업체에 소속되어 일한다. 윤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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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편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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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ss

사그라지지 않고 연이어 하늘로 튀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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