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24호 (20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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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ss

Cyan Magenta Yellow Black 미 : 전통적인 저널리즘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른바 순수예술 사진도 아니

적은 거의 다 달성하는 셈이다. 파라솔 가방의 품질을 향상하고 판로를 개척해서 실적을 올리기까지는 어

다. 그 때문에 이곳에도 저곳에도 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여주기 위해서 찍는 사진인데, 사진을 보

차피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 꾸준히 가기로 하고, 다른 분야에서 일정한 사업성과를 내는 쪽으로 마음의

여줄 매체 또는 공간이 없다면 큰 문제다. 이 공간‘지금여기’ 를 마련한 이유도 그 때문인가?

가닥을 잡으니 뒤숭숭한 기분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에코에코의 또 다른 꿈, 바다상점

홍 : 공동운영자인 사진가 김익현과 함께 나와 같은 처지의 사진가들을 위한 대안공간을 늘 고민해 왔 글・사진 : 화덕헌 마을기업 에코에코협동조합 아트디렉터, 부산 해운대구 당원

미래편지-내지

두근두근, 바다상점의 꿈을 향해

원일컴-노동당

메아리 공업사④

다. 미술이나 영화의 경우엔 일찍부터 대안공간 실험들이 있었지만 사진에는 없지 않았나. 어디에서도 불 러주지 않는 사진가들이 모일 만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창업 아이디어 공모사업에 제출할 제안서의 요체는 비치코밍을 기반으로 한 선물가게‘바다상점’사

그러던 중 갤러리에 들를 일이 있어 어릴 적 살았던 이곳 창신동에 오게 됐다. 예전 거리가 그대로 있었

업이다. 비치코밍이란 해안을 관찰하면서 부유물을 수집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점점 그 분야가 다양해지

다. 서울 중심지 한가운데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네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처음

고 있다. 해안가 청소원이나 순수하게 자원봉사로서 바다환경의 감시자를 자처하는 사람부터 모래밭에서

엔 작업실을 구하려고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이곳저곳 찾아다녔다. 그러다 재봉 공장이었던 이곳을 발견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해 생업으로서 중요 금속을 탐지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하고는 홀딱 빠져서 김익현을 불러 계약을 해버렸다.

꿈은 이루어진다? 미 :‘지금여기’ 의 영문명이‘no-where’ 이다. 그런데《미래에서 온 편지》 의 제목도 윌리엄 모리스의 ‘꿈은 이루어진다’ 라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거나

《News from Nowhere》 에서 따온 것이다. 공간의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건가?

최악의 경우 악몽으로 바뀐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공을 차며 신나게 노는 꿈을 꾸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오줌을 좀

홍 : 심보선 시인의 <지금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처음엔 시대착오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우리는 타임 마지막 밤(들) 中 (2015)

누겠단다. 그러면 다들 키득거리면서 고추를 꺼내 하늘 높이 오줌발을 갈긴다. 그 다음은

라인 속에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영문으로 쓰고 보니‘no-where’ 로도 읽히더라.‘지금여기(now-here)’

다들 예상했으리라. 이불속이 축축해진다. 이렇듯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것은 언제나 순식

라는 선언이면서 동시에‘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하는(no-where)’지금 우리의 처지를 보여주는 이름이라

에서“이게 우리가 만든 세상이구나” 라며 흔들리는 내 마음을 확인하는 정도? 세상에 악은 분명히 존재하

간이다. 그래서 행복한 꿈이 시작되면 우리는 더 바짝 긴장해야 하는 법이다.

생각해서 선택했다.

는데, 그 악과 내가 상관이 없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주 나쁘게 살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나쁜 풍경을 담고 싶지는 않다.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정도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조바심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기업을 시작한 지 3개월 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으니 속마음이 바쁜 건 어쩔 수 없다. 자본금 고작 천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만 원과 보조금 오천만 원으로 시작한 지극히 영세한 창업이었다. 무슨 대단한 기대를 건

인간이기 위하여

것도 아니었고 처음 하는 사업이니 자리 잡으려면 5년은 족히 걸리리라 예상했지만, 맞닥

사랑이기 위하여

뜨린 현실은 그대로 통증이 된다.

無에서 無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미 : 홍진훤의 사진은 무척 개인적인 풍경으로 보이는데, 그 앞에 서면 늘 사회적인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의도한 것인가?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9월에는 지자체로부터 해양오염과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조형물 제작을

홍 : 내가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내 이야기를 해도 자연스럽게 사회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

의뢰받아 만드는 중이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해양폐기물을 비롯한 각종 폐기물을 재료로

<지금 여기> 심보선

고 싶다. 내 삶이 사회와 분리되지 않는 이상, 내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이상,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사회 적인 이야기는 계속 나온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줄기차게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식으로 내

련 아이디어 공모전을 찾아서 꾸준히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도 요즘 비중 있게 하고 있는 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작업이 철저하게 사회적으로 작동하기를 원한다.

는가?

‘지금여기’no-where

작업, 그리고 아래에 소개할 창업 아이디어 공모사업이 성사되면 에코에코의 올해 목표실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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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궁금했다. 더불어 디지털 카메라에 이어 카메라폰이 대중화됨으로써 전 국민이 사진작가라는 말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분노의 근거가 없었다. 사진상 운영진이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사

그래서 첫 번째‘화요일의 약속’ 은 사진가 홍진훤과 했다. 우선, 청년 사진가들이 어떤 대안을 모색 중

그러다 이런 논란이 터졌고, 이 글 저 글 다 읽어 봤다. SNS가 어마어마한 분노로 가득한데 관심을 안

고 한다.

고 첫 수상자가 워낙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다. 그 뒤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이 논란을 계기로 그들만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상관없는 상이구나 직감했다. 실제로 주변의 젊은 사진가 대부분이 응모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안다. 그리

는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그들로서는 관심을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었고 논쟁에

식 사진상’ 에 공모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최민식의 인본주의 사진철학 운운할 때부터 이건 우리와

들로서는 이 논란을 달구는 분노의 근거를 알 수조차 없었다.“사진판이 온통 분노로 뒤덮여 있는데 우리

별개의 문제이고, 그 시절에 그런 사진(작업)을 올곧게 했다는 점은 기릴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최민

노하고 싶다!” 였다. 하지만‘사피아(사진 마피아)’ 라 불리는 사진권력으로부터 워낙 떨어져 있어서인지 그

홍 : 최민식 사진에 빚지지 않은 사진가가 있을까? 지금에 와서 그 사진이 저항적이냐 아니냐 하는 건

청년 사진가 홍진훤의 표현을 빌자면,“분노의 타임라인을 접하고 우리가 내뱉은 일성” 은“우리도 분 지만 의외로 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다고 보는가?

원금 앞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들이야말로 이런 사진상 논란에 가장 민감하기 마련이다. 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비주류에 속한다고 할 젊은 사진가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왜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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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이들에겐 꿈도 못 꿀 일. 대개는 아르바이트로 생계와 작업에 필요한 돈을 벌고, 각종 공모전이나 지

다시 사진계의 주류가 맡고 있다. 이번 논란도 결국 주류와 비주류 사이, 중심과 변방 사이의 권력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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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 사진가들은 특별히 더 열악한 환경에 있다. 전업으로 자신의 사진작업을 하는

롤 모델이 되어왔다.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최민식 사진상’ 이 만들어졌고 그 운영과 심사를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인 청년 사진가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다들 어려운 조건에서 사진작업을 하고

미 : 그런 면에서 사진가 최민식은 특별하다. 그 자신은 주류 사진가가 아니었지만, 많은 사진가들에게

그고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SNS에서부터 시작된 논란은 일간지와 사진잡지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사진계에 한 발이라도 담

하는 사람의 차이 같은 것. 하지만 작업이 좋으면 된다고 본다.

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민식이라는 사진가의 인지도와 3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상금 때문이었는지,

말이다. 아무래도 그런 차이는 있다. 사진을 삶의 중심에 두고 고민하고 사는 사람과 사진을 부수적으로

러다 지금은 최민식 사진상이 표방하는‘인본주의 다큐멘터리 사진’ 이란 과연 무엇이냐는 개념 논쟁으로

게는 프로와 아마추어란 말 자체도 손 오그라드는

부 수상자가 사진상 운영위원 또는 심사위원과 사제지간 아니었느냐는 심사절차에 관한 논란이었다. 그

본다. 한국에서 완벽한 전업 작가는 손에 꼽는다. 내

의 공정성 논란이었다. 시작은 제2회‘최민식 사진상’대상 수상자가 이미 내정되어 있었던 것 아니냐, 일

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지난 6월 이후 문학계의 최대 쟁점이 표절 논란이었다면, 같은 기간 사진계의 최대 쟁점은 사진상 심사

홍진훤(이하 홍)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 장에서 이 말에 동의하는가?

2015년 9월, 현린

사진작가라고들 한다. 사진을 업으로 삼는 작가 입

1945년 9월 조선공산당 재건 70주년을 기념하며

미래에서 온 편지(이하 미) : 요즘 모든 국민이 자들에게 배달합니다.

는 좌파 문화예술인들을 만나서 그들이 어떻게 이 미래를 살아왔으며 살고 있는지 묻고 듣고 기록해서 독

‘지금여기’ 를 찾았다. 종로구 창신동 해발고도 70미터에 위치한 대안공간

지 못하는 외형적 사업실적에 큰 보탬이 된다. 이번에 맡은 조형물 작업과 지난번 수족관

서 기획한 좌담이나 전시들이 대관료를 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들도 아니었고. 운영비용은 어떻게 감당하

이야기를 통해 사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남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특별한 기사거리를 만들고자

밥줄로부터의 이탈

이런 사업들은 파라솔 가방에 비해 매출 단가가 워낙 크다보니 가방 만드는 일에서 채우

미 : 집값이 싼 동네라고 하지만 넓은 공간이라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지금여기’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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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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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아 만들 심산인데, 다음호에 완성품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밖에 창업이나 정책 관

2013년에 구의원을 하면서 출퇴 근길이나 수영강에서 3천 개의 라이터를 주웠다. 이 중 1천개를 지난 3월 에코에코 전시회 때 블 라인드로 만들어 전시장 출입문 에 걸었다. 라이터에서 나온 부품 으로 미니 오토바이를 만들기도 했다.

운 미래를 위한 기폭제로 만들자는 약속입니다.《미래에서 온 편지》 는 앞으로 매달 화요일,‘화약’ 에 동의하 ‘화요일의 약속’ , 줄여서‘화약’ 은 2017년 11월 7일 혁명 백주년 기념일을 말 그대로 불(火)의 요일로, 새로 화요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엇을 하실 계획인가요? 백 년 전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백 년 후 미래가 기념할 만한 특별한

속’ 인 만큼, 9월 가을햇살이 가득했던 어느 화요일,

회주의 공화국 건설 100주년을 기념하는 화요일입니다. 노동당 당원이자 사회주의자인 당신은 이날 어디서

가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화요일의 약

2017년 11월 7일 화요일. 앞으로 2년 후 11월의 첫 화요일은 1917년 10월 혁명과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

나오는 시절에, 정작 사진을 업으로 삼는 청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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